Arsène Lupin 이 보물을 숨긴 절벽 마을 Étretat

사진: Jörg Braukmann, 해 질 녘의 Porte d'Aval 과 Aiguille(2019), CC BY-SA 4.0
해가 바다 쪽으로 기울면 Étretat(에트흐타)의 하얀 절벽은 천천히 금빛으로 물들고, 절벽 끝에 뚫린 커다란 아치 너머로 뾰족한 바위기둥 하나가 바다 위에 홀로 서 있습니다. 양쪽 절벽 사이에는 둥근 자갈이 깔린 작은 해변이 있고, 그 해변을 따라 노르망디의 작은 바닷가 마을이 들어서 있죠.
이 절벽은 수백만 년 전 바닷속에 쌓인 석회암이 솟아오른 것으로, 높이가 90m 가까이 됩니다. 파도가 깎아 낸 아치와 바위기둥 덕분에 유럽에서 손꼽히는 자연 경관이 됐고, 19세기에는 Courbet(쿠르베)와 Monet 가 이 절벽을 여러 번 화폭에 담았어요. 소설가 Maurice Leblanc(모리스 르블랑)은 괴도 Arsène Lupin 이 숨긴 프랑스 왕들의 보물을 바로 이 바위기둥 속에 두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Étretat 의 볼거리와 먹을거리, 가기 좋은 때, 그리고 Étretat 로 가는 길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Étretat 는 어떤 곳일까?

지도 데이터: IGN Admin Express, Natural Earth
Étretat 는 Le Havre 에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30km 쯤 올라간 곳에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입니다. 로마 시대부터 알려진 작은 어항이었는데, 항구 시설 없이 배를 자갈 해변으로 끌어 올려 대는 곳이라 지금도 해변 산책로에는 배를 끌어 올리던 권양기(cabestan)와, 낡은 배에 초가지붕을 얹은 caloge 가 남아 있어요.
1840년 무렵부터는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해수욕이 몸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파리와 영국의 은행가, 상인, 예술가들이 몰려왔습니다. 해변에는 탈의실과 카지노, 호텔이 들어섰고, 마을 안과 언덕 위에는 멋진 별장이 하나둘 지어졌죠. 화가 Eugène Isabey(외젠 이자베)가 1820년에 처음 이 절벽을 그린 뒤로 많은 화가가 이곳을 찾았는데, 1869년 여름에 온 Courbet 는 절벽 위에 집을 빌려 Falaise d'Aval 을 여러 번 그렸습니다. 그 가운데 1870년 Salon 에 내놓은 「La Falaise d'Étretat après l'orage」(폭풍이 지나간 뒤의 Étretat 절벽)는 지금 파리의 Musée d'Orsay 에 걸려 있어요.

그림: Gustave Courbet, 「La Falaise d'Étretat après l'orage」(1870), Musée d'Orsay 소장
절벽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작은 생물의 껍데기와 뼈가 쌓여 생긴 석회암에 단단한 부싯돌(silex) 띠가 줄무늬처럼 박혀 있습니다. 바람과 파도, 빗물에 조금씩 깎여 지금도 무너지고 물러나는 중이고, 절벽에서 떨어진 부싯돌은 몇 달이면 파도에 굴러 둥근 자갈이 되죠.

사진: Superbass, 언덕에서 내려다본 Étretat 마을(2016), CC BY-SA 4.0
2.1. Falaise d'Aval 과 Aiguille
바다를 보고 섰을 때 왼쪽에 있는 절벽이 Falaise d'Aval 입니다. 절벽 끝에는 파도가 깎아 뚫어 놓은 커다란 아치 Porte d'Aval 이 있고, 그 앞바다에는 높이 51m 의 뾰족한 바위기둥 Aiguille(바늘)가 홀로 솟아 있어요. Étretat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이라, 절벽 위 산책로에 오르면 아치와 바위기둥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사진: Jörg Braukmann, Manneporte 쪽에서 본 Porte d'Aval 과 Aiguille(2019), CC BY-SA 4.0
썰물 때 절벽 아래 바위를 따라 걷는 사람을 지금도 볼 수 있지만, 사실 이건 마을 규정 위반입니다. Étretat 는 마을 규정(arrêté n°180/2025)으로 바닷가 산책로 앞 해변을 빼고는 절벽 아래 해변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어요. 절벽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밀물이 생각보다 빨리 들어와 두 절벽 사이에 갇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죠. 절벽 위에서도 낭떠러지 끝에서 5m 안쪽으로는 들어가면 안 되고, 어기면 벌금을 물 뿐 아니라 구조대가 출동한 비용까지 청구될 수 있습니다.
2.2. Manneporte
Porte d'Aval 을 지나 절벽 위 산책로를 더 걸어가면, Jambourg 해변 끝에 훨씬 더 큰 아치 Manneporte 가 나옵니다. 작가 Guy de Maupassant(기 드 모파상)은 돛을 모두 펼친 배가 이 아치 밑을 지나갈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죠.

사진: Calips, 햇빛을 받은 Manneporte(2007), CC BY-SA 3.0
Monet 는 1883년 2월 한 달 가까이 Étretat 에 머물며 해변과 바위를 그렸고, 1885년과 1886년에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Manneporte 는 세 번 올 때마다 같은 자리에서 두 번씩, 모두 여섯 번 그렸어요. 햇빛을 받은 바위가 단단한 돌이 아니라 빛과 색으로 녹아드는 듯한 그림이라, 같은 아치를 사진과 견줘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림: Claude Monet, 「La Manneporte」(1883),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
2.3. Falaise d'Amont 과 Chapelle Notre-Dame-de-la-Garde
해변 오른쪽의 Falaise d'Amont 은 백 년 전까지만 해도 Falaise du Blanc-Trait(하얀 줄 절벽)이라고 불렸습니다. 먼바다에서도 보일 만큼 석회암이 하얗기 때문이죠. Maupassant 는 소설 『Une vie』(여자의 일생)에서 이 절벽의 아치를 바다에 코를 담근 코끼리에 빗댔는데, 해변에서 바라보면 정말 코끼리의 코와 머리, 다리까지 보여요.

사진: Superbass, 저녁 햇살을 받은 Falaise d'Amont(2016), CC BY-SA 4.0, 코끼리 표시는 덧붙임
절벽 꼭대기에는 뱃사람과 어부들을 위한 작은 예배당 Chapelle Notre-Dame-de-la-Garde 가 서 있습니다. 1854년 마을 사람들이 성모에게 바칠 예배당을 짓기로 하자 뱃사람들이 돌과 재료를 직접 등에 지고 절벽을 올랐고, 1856년 8월 6일 어부와 뱃사람의 예배당으로 축성됐어요. 배 밑바닥처럼 생긴 본당과 물고기 머리 모양의 이무깃돌에 바다와 함께 살아온 이곳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죠. 2차 대전 중이던 1942년 독일군이 허물었다가 1950년에 다시 지었고, 지금은 안에 들어갈 수 없어 밖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예배당 가까이에는 1927년 비행기로 대서양을 건너 New York 으로 가려다 돌아오지 못한 두 비행사 Nungesser 와 Coli 를 기리는 기념비도 있어요.

사진: lo.tangelini, 해 질 녘의 Chapelle Notre-Dame-de-la-Garde(2013), CC BY-SA 2.0
2.4. Le Clos Lupin
1909년에 나온 Maurice Leblanc 의 소설 『L'Aiguille creuse』(속이 빈 바늘)에서 소년 탐정 Isidore Beautrelet 는 수수께끼 같은 암호문을 풀다가 Arsène Lupin 의 은신처가 어디인지 깨닫습니다.
L'aiguille d'Étretat est creuse !
Étretat 의 Aiguille 는 속이 비어 있다!
소설 속에서 Aiguille 는 속이 텅 빈 바위로, 그 안에 Lupin 이 프랑스 왕들의 보물을 숨겨 두었죠. 암호문에 나오는 절벽 속 동굴 la Chambre des Demoiselles(아가씨들의 방)도 실제로 Falaise d'Aval 에 있는 곳입니다. 마을 아가씨 세 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고 묻혔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동굴인데, 지금은 무너질 위험 때문에 들어갈 수 없어요. Leblanc 은 1919년 Étretat 에 집을 사서 살았는데, 이 집이 지금은 Le Clos Lupin 이라는 이름의 작은 박물관이 됐습니다. 20세기 초의 모습으로 꾸민 방들을 여덟 단계로 따라가며 신사 도둑 Lupin 의 세계를 둘러보는 곳이라, 소설을 읽었다면 꼭 들러 볼 만해요.

사진: 왼쪽 Henri Manuel, Maurice Leblanc(1910년 무렵) · 오른쪽 Pethrus, Le Clos Lupin(2012), CC BY-SA 4.0
2.5. 자갈 해변과 마을
두 절벽 사이의 해변은 모래 대신 둥근 자갈로 덮여 있습니다. 양쪽 절벽의 아치가 막아 자갈이 해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오래도록 파도에 굴러서, 이 해안에서 가장 동글동글한 자갈이 됐죠.
이 자갈은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의 살림 밑천이기도 했습니다. 빨래하는 여인들은 해변에서 솟아나는 지하수로 빨래를 해서 자갈 위에 널어 말렸고, 자갈은 집 짓는 재료로도 쓰였어요. 이 해안을 따라 Le Tréport 까지 자갈을 퍼 가던 사람들(galetiers)이 수십 년 동안 실어 간 자갈이 수백만 ㎥ 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갈을 한 알도 가져가면 안 되고, 주워 가다 걸리면 벌금을 물어요. 자갈이 밀려오는 파도의 힘을 줄여 마을을 지키는 방파제 노릇을 하기 때문입니다. Étretat 는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들어선 마을이라 1990년과 2016년에는 바닷물이 마을까지 넘쳐 들어오기도 했어요. 자갈을 주머니에 넣는 대신, 바다를 향해 물수제비를 뜨는 건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해변 한쪽에는 지금도 고깃배가 자갈 위로 끌어 올려져 있고, 물이 빠진 날이면 절벽 아래로 바위가 드러납니다.

사진: Avi1111, 배를 끌어 올린 Étretat 해변(2017), CC BY-SA 4.0
마을 한가운데에는 기념품 가게가 모인 지붕 덮인 시장(halles)이 있고, 마을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12세기에 Fécamp 수도원장들이 지은 로마네스크·고딕 양식의 Église Notre-Dame 이 있어요. 바닷가 산책로 Perrey 를 따라 걷다 골목으로 들어가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Étretat 를 즐기는 방법입니다.
3. Étretat 의 먹을거리
바닷가 마을답게 Étretat 에서는 해산물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바닷가 산책로 Perrey 를 따라 늘어선 식당에 앉아 절벽을 바라보며 굴과 새우, 골뱅이를 얼음 위에 푸짐하게 담아 내는 해산물 모둠(plateau de fruits de mer)을 먹는 건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죠.

사진: Fabio Achilli, 예배당 쪽에서 내려다본 Perrey(2015), CC BY 2.0
노르망디의 다른 먹을거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과로 빚은 cidre(시드흐)와 사과 브랜디 calvados, 노르망디의 치즈 Camembert de Normandie는 Étretat 의 가게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가을에 간다면 이웃 도시 Le Havre 앞바다에서 나는 제철 가리비도 맛볼 수 있어요.
4. Étretat 에 가기 좋은 때
여름의 Étretat 는 해변과 절벽 위 산책로가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로 붐빕니다. Étretat 관광청이 오히려 사람이 적은 10월부터 3월까지를 권하는 이유죠. 낮게 비치는 햇빛과 거세게 부서지는 파도, 바닷바람에 날리는 물보라 속에서 절벽은 여름보다 훨씬 강렬한 얼굴을 보여 주고, 사람이 적어 절벽 위 길도 호젓하게 걸을 수 있어요. 겨울에는 문을 닫는 곳도 있지만, 조용해진 골목에서 오히려 마을 본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 OliverMartin, 11월 저녁의 Porte d'Aval(2001), CC BY-SA 2.0
어느 계절에 가든 물때는 꼭 확인하세요. 물이 빠지면 절벽 아래 바위와 웅덩이가 드러나 해변을 걷기 좋지만, 물이 들어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릅니다.
5. Étretat 로 가는 길
Étretat 에는 기차역이 없어서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야 합니다. 파리 Saint-Lazare 역에서 노르망디 지역 열차 Nomad 를 타고 Bréauté-Beuzeville 역에서 내린 뒤, 504번 버스를 타면 종점이 Étretat 예요. 모두 3시간쯤 걸리고, 504번 버스는 계절에 따라 다니는 날이 달라서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Le Havre 에서는 13번과 21번 시내버스, 해안을 따라 Fécamp 까지 가는 509번 버스가 Étretat 에 섭니다.
자동차로는 파리에서 2시간 45분쯤 걸립니다. 렌터카를 빌릴 생각이라면 한국 운전면허로 프랑스에서 운전하는 방법과 프랑스에서 운전할 때 주의해야 할 규칙을 먼저 읽어 두세요.

사진: Benh LIEU SONG, 아침 햇살을 받은 Falaise d'Aval(2022), CC BY-SA 2.0
Le Havre 에서 하루, Étretat 에서 하루를 묶으면 노르망디의 바다를 넉넉히 누릴 수 있습니다. 금빛으로 물드는 하얀 절벽과 Lupin 의 바위기둥을 보러 Étretat 에 한번 가 보는 건 어떨까요?
지름길 프랑스어 블로그에 대해
지름길 프랑스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프랑스어 공부자료를 목표로 2017년 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프랑스어 문법, 표현, 숙어, 속담, 사는 이야기 등을 주기적으로 포스팅하여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의 작은 프로젝트를 응원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지름길 프랑스어 서버 운영비에 사용되며 더 질 좋은 글 작성에 보탬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