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gène Boudin 의 옛 항구 Honfleur

사진: Monster4711, 잔잔한 물 위로 집들이 비치는 Vieux Bassin(2021), CC BY-SA 4.0
바람이 잦아든 아침이면 Honfleur(옹플뢰흐)의 옛 항구는 커다란 거울이 됩니다. 물가를 따라 어깨를 맞댄 좁고 높은 집들이 물 위에 거꾸로 한 번 더 서고, 그 사이로 요트의 돛대들이 가만히 흔들리죠.
이 작은 항구는 Seine 강이 바다로 나가는 길목에 있어서 중세부터 배와 상인이 드나들었고, 1608년 Samuel de Champlain(사뮈엘 드 샹플랭)이 대서양 건너 Québec 을 세우러 떠난 곳도 바로 여기입니다. 19세기에는 하구의 빛과 하늘을 그리려는 화가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Honfleur 는 인상주의의 요람 가운데 하나로 꼽히게 됐어요.
이 항구에서 태어난 화가 Eugène Boudin(외젠 부댕)은 바다 건너 Le Havre 에서 어린 Claude Monet 에게 밖에 나가 그리는 법을 가르친 사람이기도 하죠. 이번 글에서는 Honfleur 의 볼거리와 먹을거리, 가기 좋은 때, 그리고 Honfleur 로 가는 길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Honfleur 는 어떤 곳일까?

지도 데이터: IGN Admin Express, Natural Earth
Honfleur 는 Seine 강 하구의 남쪽 기슭, 강 건너 Le Havre 를 마주 보는 자리에 있는 작은 항구 도시입니다. 두 도시 사이 하구 위로는 1995년에 길이 2km 의 Pont de Normandie 가 놓여서, 차로 금방 건너갈 수 있어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길목이라 Honfleur 는 일찍부터 싸움터가 되기도 했습니다. 백년전쟁 때 Charles V 가 영국 배가 Seine 강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이곳에 성벽을 둘렀지만, 영국군에게 두 번이나 점령당했다가 1450년에야 되찾았죠. 전쟁이 끝난 뒤에는 먼 바다로 나가는 항구로 이름을 날려서, 1608년 4월 Champlain 이 이 항구를 떠나 그해 여름 오늘날 캐나다의 Québec 을 세웠습니다. 그 뒤로 노르망디 사람 2천 명 가까이가 Champlain 의 뒤를 따라 바다를 건넜고, 지금도 Québec 사람들이 조상의 고향을 찾아 이 지역을 들르곤 해요.

사진: Dennis G. Jarvis, Vieux Bassin 으로 들어가는 물길(2014), CC BY-SA 2.0
Honfleur 라는 이름의 fleur 는 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11세기 문서에는 Hunefleth 라고 적혀 있는데, 지명 연구자들은 뒤쪽이 강어귀나 물길을 뜻하던 옛 영어 flēot(오늘날 영어의 fleet)에서 왔고 앞쪽 Hon- 은 사람 이름이라고 봅니다. 강 건너편의 Harfleur 와 Cotentin 반도 끝의 Barfleur 처럼 노르망디 바닷가에 -fleur 로 끝나는 지명이 유난히 많은 것도 같은 까닭이에요.
2.1. Vieux Bassin 과 Lieutenance
Honfleur 여행은 대부분 옛 항구 Vieux Bassin 에서 시작합니다. 17세기 후반 Louis XIV 의 재상 Colbert 의 명으로 성벽 일부를 허물고 넓힌 항구로, 지금은 고깃배 대신 요트가 물 위를 채우고 있죠. 서쪽 부두 Quai Sainte-Catherine 에는 슬레이트로 벽을 덮은 좁고 높은 집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는데, 이 집들은 아래층은 부두 쪽으로, 위층은 뒤쪽의 한결 높은 골목 rue du Dauphin 쪽으로 문을 내고 있어서 대부분 한 건물에 주인이 둘이라고 합니다.
관광청은 이 항구를 보기 좋은 때로 세 번을 꼽습니다. 아침 햇살이 Quai Sainte-Catherine 의 집들을 비출 때, 해 질 무렵 테라스에 사람들이 모여들 때, 그리고 밤에 집집마다 켜진 불빛이 물 위에 비칠 때예요. 부두를 따라 늘어선 카페에 앉아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먹는 것도 이곳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사진: Balou46, 햇살에 물든 Quai Sainte-Catherine(2018), CC BY-SA 4.0
항구 입구를 지키고 선 돌 건물 Lieutenance(리외뜨낭스)는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입니다. 옛 성벽의 성문 Porte de Caen 이 남은 것인데, 17세기 말 성벽을 허문 뒤 왕의 부관(lieutenant du roi)이 살게 되면서 지금 이름이 붙었죠. 지금은 Honfleur 의 바다 역사를 보여 주는 전시관이 들어서 있고, 꼭대기 테라스에 오르면 Vieux Bassin 이 한눈에 내려다보여요.

사진: Dennis G. Jarvis, 항구 입구의 Lieutenance(2014), CC BY-SA 2.0
2.2. Église Sainte-Catherine
Vieux Bassin 뒤로 몇 걸음만 올라가면 나무로 지은 커다란 성당 Sainte-Catherine(쌩뜨 까트린)이 나옵니다. 백년전쟁 때 돌로 지은 옛 성당이 무너지자, 영국군이 물러간 뒤인 15세기 후반 주민들이 가까운 Touques 숲의 나무와 배 만드는 솜씨로 새 성당을 지었어요. 돌을 살 돈이 없어 나무를 쓴 것인데, 덕분에 이 성당은 프랑스에서 손꼽히게 큰 목조 성당이 됐습니다.

사진: Christian Gebhardt, 두 지붕이 나란히 솟은 Sainte-Catherine 성당(2022), CC BY-SA 4.0
안에 들어가면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신랑(nef)이 나무 기둥 숲처럼 이어집니다. 배를 만들던 목수들이 지어서인지 천장이 뒤집어 놓은 배 밑바닥처럼 보여서, 커다란 배 안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죠. 바다 사람들의 성당이라 해마다 Fête des Marins 때면 뱃사람들을 위한 미사가 이곳에서 열려요.
종탑은 성당에 붙어 있지 않고 광장 건너편에 따로 서 있습니다. 벼락이 떨어져 불이 나도 성당까지 번지지 않게 떨어뜨려 세운 것인데, 성당과 마찬가지로 배 목수들이 참나무로 지었어요. 성당은 1년 내내 날마다 문을 엽니다.

사진: 왼쪽 Johan Allard, 나무 기둥이 늘어선 성당 안(2024), CC BY-SA 4.0 · 오른쪽 Jim Linwood, 따로 선 종탑(2011), CC BY 2.0
2.3. Côte de Grâce 와 Notre-Dame-de-Grâce
Vieux Bassin 에서 서쪽 언덕 Côte de Grâce 로 오르는 길을 따라가면, 숲속에 작은 예배당 Chapelle Notre-Dame-de-Grâce 가 숨어 있습니다. 17세기에 지은 이 예배당은 바다로 나가는 뱃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던 곳이라, 안에는 뱃사람들이 바친 그림과 배 모형이 가득하죠. 날마다 16시가 되면 종탑의 종이 Ave Maria 를 연주해요.

사진: Calips, 숲속의 Chapelle Notre-Dame-de-Grâce(2009), CC BY-SA 3.0
예배당 근처의 Mont-Joli 전망대에 서면 Honfleur 의 지붕들과 Seine 하구, 그리고 Pont de Normandie 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관광청은 해 질 무렵에 오르기를 권하는데, 노을빛으로 물드는 하구를 내려다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기 좋은 자리죠. Vieux Bassin 에서 예배당과 전망대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은 2.5km 남짓이라 두 시간이면 넉넉합니다.
2.4. Maisons Satie 와 골목길
Sainte-Catherine 성당 주변 골목은 중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나무 뼈대(colombage)를 드러낸 집들 사이로 돌길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이름이 '높은 길'인 rue Haute 는 이름과 달리 이 도시에서 가장 낮은 길이에요. 그 길을 따라 옛 선주들의 집이 늘어서 있어서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기 좋습니다.
이 골목에서 1866년 작곡가 Erik Satie(에릭 사티)가 태어났습니다. 「Gymnopédies」로 잘 알려진 Satie 는 엉뚱한 곡 제목과 농담으로도 유명했는데, 친구였던 Claude Debussy를 비롯해 Ravel 과 Stravinsky 에게도 영향을 줬죠. 그가 태어난 집을 꾸민 Maisons Satie 는 헤드폰을 끼고 Satie 의 음악을 따라 걷는 전시관이라, 날개 달린 배와 혼자 연주하는 피아노, 줄지어 매달린 우산들이 차례로 나타나요. "Je m'appelle Erik Satie comme tout le monde(내 이름은 남들처럼 Erik Satie 다)" 라는 그의 말처럼, 엉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곳입니다.

사진: Miniwark, Maisons Satie 가 있는 골목(2021), CC BY-SA 4.0
2.5. Musée Eugène-Boudin 과 화가들의 Honfleur
Honfleur 의 빛은 19세기 화가들을 이 항구로 불러 모았습니다. 1824년 이곳 뱃사람의 아들로 태어난 Boudin 은 화실이 아니라 바닷가에 이젤을 세우고,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과 바다를 그 자리에서 그렸죠. Le Havre 에서 어린 Monet 에게 이 방법을 가르친 것도 Boudin 이었어요.

그림: Eugène Boudin, 「Festival in the Harbor of Honfleur」(1858), National Gallery of Art 소장
19세기 중반에는 Corot 와 Monet 같은 화가들이 Côte de Grâce 길목의 농가 여관 Ferme Saint-Siméon 을 드나들며 Seine 하구를 그렸습니다. 1864년 Monet 가 그린 Notre-Dame-de-Grâce 예배당도 그 무렵의 그림인데, 160년이 지난 지금 가 봐도 예배당은 그림 속 모습 그대로 숲속에 서 있죠. 그 여관은 지금 고급 호텔이 됐어요.

그림: Claude Monet, 「La Chapelle de Notre-Dame-de-Grâce, Honfleur」(1864), 개인 소장
이 화가들의 그림을 보려면 Musée Eugène-Boudin 으로 가면 됩니다. 1868년 Boudin 이 Honfleur 출신 화가 Alexandre Dubourg 와 함께 세운 미술관으로, Boudin 과 Monet, Courbet, Dufy 처럼 이 바닷가에서 그림을 그린 화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어요. 미술관과 Maisons Satie, Lieutenance 를 모두 둘러볼 생각이라면 여러 곳을 한 번씩 들어갈 수 있는 통합권(Multi-pass)이 있습니다.
3.1. 작은 회색 새우 crevette grise
Honfleur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바다의 맛은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회색 새우 crevette grise 입니다. Seine 하구 앞바다에서 잡아 바로 소금물에 삶는데, 삶으면 잿빛이던 몸이 연한 갈색으로 바뀌죠. 하나씩 껍질을 까서 버터 바른 빵에 올리고 시원한 cidre(시드흐) 한 잔을 곁들이면 그만이에요.

바다 냄새를 따라 Quai de la Quarantaine 의 어항으로 가면, 목요일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어부들이 그날 잡은 생선과 새우를 배에서 바로 팝니다. 튀긴 새우나 빙어(éperlan)를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배도 있죠.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가리비 철이라, Le Havre 글에서 소개한 coquille Saint-Jacques도 이곳 식당에서 맛볼 수 있어요.
3.2. Pays d'Auge 의 치즈와 사과
Honfleur 뒤로 펼쳐진 푸른 언덕 Pays d'Auge 는 사과 과수원과 젖소의 고장입니다. 이 지역의 작은 도시 이름을 딴 Pont-l'Évêque(뽕 레베끄)는 네모난 모양에 껍질을 소금물로 씻어 가며 숙성한 치즈로, 냄새는 꽤 진해도 속은 부드럽고 고소하죠. 원산지를 보증하는 AOP 마크가 붙은 노르망디 치즈 가운데 하나예요.

사진: LAGRIC, 잘라 놓은 Pont-l'Évêque 치즈(2012), CC BY-SA 3.0
사과로 빚은 cidre 와 사과 브랜디 calvados 도 이 지역에서는 Pays d'Auge 라는 원산지 이름을 달고 나오죠. 수요일 아침에는 Sainte-Catherine 성당 앞 광장에 유기농 장이, 토요일 아침에는 큰 장이 서서 이런 노르망디 먹을거리를 한곳에서 살 수 있어요.
4. Honfleur 에 가기 좋은 때
Honfleur 는 언제 가도 좋지만, 관광청은 여름과 긴 주말을 피해 가을부터 봄 사이에 오기를 권합니다. 사람이 적어 차를 대기도 쉽고, 조용해진 골목과 부두를 느긋하게 걸을 수 있죠. 해가 일찍 지는 겨울밤에는 물가 집들의 불빛이 Vieux Bassin 위에 길게 번집니다.

사진: Giles Laurent, 밤의 Vieux Bassin(2026), CC BY-SA 4.0
이 항구가 가장 들뜨는 때는 Pentecôte 주말의 Fête des Marins(뱃사람 축제)입니다. 며칠 전부터 온 도시가 깃발로 뒤덮이고, 일요일에는 배들이 먼바다로 나가 바다에 축복을 내리며, 월요일에는 사람들이 종이꽃으로 꾸민 배 모형을 들고 Notre-Dame-de-Grâce 예배당까지 행진하죠. 10월에는 고깃배와 해산물을 기리는 Fête de la Coquille et de la Pêche 가 Vieux Bassin 부두에서 열리고(2026년에는 10월 10일과 11일), 12월 중순부터 새해 초까지는 시청 앞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섭니다(2026년에는 12월 18일부터 2027년 1월 3일까지).
5. Honfleur 로 가는 길
Honfleur 에는 기차역이 없어서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야 합니다. Paris Saint-Lazare 역에서 기차를 타고 Trouville-Deauville 역이나 Le Havre 역에 내린 뒤 노르망디 버스 Nomad Car 를 타면 되는데, Trouville-Deauville 에서는 111번과 122번, Le Havre 에서는 111번과 123번 버스가 Honfleur 에 섭니다.
자동차로는 파리에서 A13 고속도로를 타고 192km, 2시간쯤 걸립니다. Le Havre 에서는 Pont de Normandie 를 건너면 되는데, 승용차 통행료는 6.10유로예요(2026년 5월 기준). 렌터카를 빌릴 생각이라면 한국 운전면허로 프랑스에서 운전하는 방법과 프랑스에서 운전할 때 주의해야 할 규칙을 먼저 읽어 두세요.
Honfleur 에 닿으면 항구에서 하구를 따라 방파제 산책로를 걸어 보세요. 길 끝에는 Boudin 과 Satie, Champlain 처럼 이 도시와 얽힌 인물들의 흉상을 배 모양 화단에 앉혀 둔 정원 Jardin des personnalités 가 있고, 하구 너머로 방금 건너온 Pont de Normandie 가 길게 걸려 있어요.

사진: Korido, Honfleur 방파제에서 본 Pont de Normandie(2020), CC BY-SA 4.0
Le Havre와 Étretat에 하루씩 더하면 노르망디의 바다를 넉넉히 누릴 수 있습니다. 화가들이 사랑한 빛과 거울처럼 잔잔한 옛 항구를 보러 Honfleur 에 한번 가 보는 건 어떨까요?
지름길 프랑스어 블로그에 대해
지름길 프랑스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프랑스어 공부자료를 목표로 2017년 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프랑스어 문법, 표현, 숙어, 속담, 사는 이야기 등을 주기적으로 포스팅하여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의 작은 프로젝트를 응원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지름길 프랑스어 서버 운영비에 사용되며 더 질 좋은 글 작성에 보탬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