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치즈 기초, 종류부터 먹는 법까지
'프랑스의 치즈' 시리즈
- 프랑스 치즈 기초, 종류부터 먹는 법까지
Comment voulez-vous gouverner un pays qui a deux cent quarante-six variétés de fromage ?
치즈가 246가지나 되는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란 말인가?
프랑스 제5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인 샤를 드골은 "치즈가 246가지나 되는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란 말인가?" 라는 말을 했습니다. 프랑스에는 그만큼 치즈가 많고, 같은 종류의 치즈라도 지방마다 만드는 방식과 맛이 다릅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메인 요리를 먹은 뒤 디저트로 넘어가기 전에 치즈를 따로 내기도 하죠.
처음 프랑스 마트나 치즈 가게(fromagerie)에 가 보면 진열대를 가득 채운 치즈 앞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합니다. 하지만 별거 없습니다. 치즈에 대한 기초적인 몇 가지만 알면 여러분들도 fromagerie 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프랑스 치즈를 고를 때 알면 좋은 지식과 치즈 관련 프랑스어 표현과 단어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치즈의 각 부위별 명칭
본격적인 치즈 이야기를 하기 전에 치즈의 각 부분을 어떻게 부르는지 알아봅시다. 치즈를 피자처럼 잘랐을때 각각의 부분을 부르는 명칭이 있어요.

- la croûte (껍질): 치즈 겉을 감싼 부분으로, 숙성하는 동안 생깁니다.
- la pâte (속살): 껍질 안쪽의 치즈입니다.
- le cœur (가운데): 둥근 치즈의 한가운데로, 속살 중에서 가장 부드럽고 크리미합니다.
- le talon (껍질 쪽 속살): 껍질에 가까운 속살로, 가운데보다 단단하고 맛이 진합니다.
- le nez (뾰족한 끝): Brie 처럼 삼각형으로 자른 조각(une pointe)의 뾰족한 끝으로, 둥근 치즈의 가운데였던 부분입니다.
2. 치즈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치즈의 각 부위를 어떻게 부르는지 알았다면 이제 어떤 치즈들이 있는지, 어떻게 분류를 하는지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2.1. 젖에 따른 종류
치즈는 다양한 동물의 젖으로 만듭니다. 어떤 동물의 젖으로 만드냐에 따라 맛이 다르지요. 치즈의 포장이나 이름표를 보면 어떤 동물의 젖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어요.
- lait de vache (소젖): 가장 흔한 종류의 치즈. Comté, Camembert, Brie 가 모두 소젖 치즈입니다.
- lait de chèvre (염소젖): 하얗고 산뜻한 신맛이 납니다. 그냥 un chèvre 라고 하면 염소 치즈를 말합니다.
- lait de brebis (양젖): 고소하고 진합니다. 푸른곰팡이 치즈로 유명한 Roquefort 가 양젖 치즈죠.
2.2. 살균 여부
같은 젖이라도 살균을 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나눌수도 있어요. 포장에 lait cru 라고 적혀 있으면 살균하지 않은 젖, lait pasteurisé 라고 적혀 있으면 살균한 젖으로 만든 치즈입니다. 살균하지 않은 젖으로 만든 치즈는 젖에 있던 균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맛과 향이 더 깊죠. 하지만 살균하지 않은 젖으로 만든 치즈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조심해야합니다.
2.3. 만드는 방식에 따른 종류
치즈 이름표를 보면 pâte molle à croûte fleurie 처럼 긴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길어 보여도 속살(pâte)이 어떤지와 껍질(croûte)이 어떤지를 이어 붙인 말이라, 두 부분을 나눠 읽으면 어떤 치즈인지 바로 알 수 있죠.
속살(pâte) 은 얼마나 단단한지로 나눕니다. 아래로 갈수록 단단해져요.
- pâte fraîche (생치즈): 숙성하지 않아 촉촉합니다. fromage blanc, faisselle
- pâte molle (부드러운 치즈): 말랑말랑합니다. Camembert, Brie, Munster
- pâte pressée non cuite (눌러 만든 치즈): 틀에 눌러 물기를 뺐습니다. Reblochon, Saint-Nectaire, Cantal
- pâte pressée cuite (가열해서 눌러 만든 치즈): 가열한 뒤 눌러서 가장 단단합니다. Comté, Beaufort, Emmental
껍질(croûte) 은 겉에 무엇을 키우거나 입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 croûte fleurie (흰곰팡이 껍질): 소금을 친 치즈 겉에 흰곰팡이(Penicillium candidum)를 뿌려 숙성하면, 하얀 솜털 같은 곰팡이가 자라 껍질이 됩니다. 이 솜털을 꽃(fleur)에 빗대 '꽃이 핀 껍질'이라고 부르죠. Camembert, Brie
- croûte lavée (씻은 껍질): 숙성하는 동안 소금물로 껍질을 계속 씻고 솔질해 줍니다. 소금물에 붉은빛을 내는 균(ferment du rouge)이나 그 지방 술을 섞기도 해서, 껍질이 주황빛이고 냄새가 강하죠. Munster, Époisses, Maroilles
- croûte cendrée (재를 입힌 껍질): 겉에 곱게 간 숯가루를 뿌려 회색빛이 납니다. 옛날에는 벌레를 쫓고 작은 치즈끼리 달라붙지 않게 하려고 재를 뿌렸고, 지금 쓰는 숯가루는 껍질째 먹어도 됩니다. Olivet cendré, Cendré de Champagne
예를들어 pâte molle à croûte fleurie 는 흰곰팡이 껍질을 두른 부드러운 치즈, 즉 Camembert 와 Brie 같은 치즈들에 해당합니다.
치즈를 만드는 방식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속살에 곰팡이를 키우기도 하고 균이나 재를 넣기도 하는 등 정말 다양하죠.
푸른곰팡이를 키운 블루 치즈
가끔 치즈를 보면 pâte 에 푸른곰팡이가 있는 치즈가 있죠? 우리가 블루 치즈라고 부르는 것들 말입니다. 이런 치즈는 pâte persillée 라고 부릅니다. persillé 는 파슬리(persil)에서 온 말로, 치즈 속 푸른곰팡이가 잘게 다진 파슬리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이죠. 치즈를 만들 때 푸른곰팡이(Penicillium roqueforti)를 넣고, 숙성하기 전에 치즈에 구멍을 콕콕 뚫어 공기를 넣어 주면 곰팡이가 그 길을 따라 속살 사이사이로 퍼집니다(CNAOL).
Roquefort, Bleu d'Auvergne, Fourme d'Ambert 가 대표적입니다. 다만 pâte persillée 는 이름표에 적는 정식 이름이고, 프랑스 사람들도 평소에는 우리처럼 그냥 un bleu(블루)라고 부릅니다. 이름에 아예 bleu 가 들어간 치즈도 많고요.
균이 구멍을 낸 Emmental
톰과 제리에 보면 구멍이 송송뚤린 치즈가 있죠. Emmental 이라는 이름의 치즈인데, 치즈를 만들 때 프로피온산균(bactéries propioniques)을 넣고 보통보다 따뜻한 22°C 숙성고에서 몇 주를 두면, 이 균이 내뿜는 가스가 치즈 속에 갇혀 구멍이 만들어 집니다.
재를 한 겹 깐 Morbier
어떤 치즈는 재로 만드는 치즈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Morbier 라는 치즈가 있는데, 이 치즈를 자르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검은 줄이 있습니다. 19세기 Comté 지방 농부들은 아침에 짠 젖을 굳혀 재를 얇게 덮어 두었다가, 저녁에 짠 젖을 굳혀 그 위에 얹었다고 해요. 지금은 식물성 숯으로 그 줄을 그어 Morbier 의 표시로 삼고 있죠(CNIEL).
2.4. 다른 재료를 더한 치즈
치즈에 다른 재료를 섞거나 겉에 입혀서 향을 더하기도 합니다. 치즈 가게에서는 이런 치즈를 fromage aromatisé 라고 부르죠.
- 허브: 코르시카의 양젖 치즈 Brin d'Amour 는 겉을 말린 허브로 덮어서, 한 입 먹으면 허브 향이 확 퍼집니다.
- 포도: 와인을 짜고 남은 포도 찌꺼기(marc de raisin)에 치즈를 묻어 몇 주 숙성하면 치즈에 와인 향이 뱁니다. 사부아의 Tomme au marc 가 대표적이죠.
- 마늘과 후추: 오베르뉴의 Gaperon 은 반죽에 마늘과 후추를 섞어 만듭니다.
- 송로버섯(truffe): Brie 를 가로로 갈라 송로버섯 크림을 채운 Brie truffé 같은 치즈도 있습니다.
3.1. 원산지를 알려 주는 AOP 마크
와인도 마찬가지지만 치즈도 원산지가 중요합니다. 원산지를 알기 쉽게하는 마크가 바로 AOP 인데요, 치즈 포장을 보다 보면 아래처럼 빨갛고 노란 AOP 마크를 자주 보게 됩니다.

AOP 는 appellation d'origine protégée(원산지 명칭 보호)의 줄임말로, 치즈의 종류가 아니라 원산지와 만드는 방법을 보증하는 표시입니다. 정해진 지역에서 정해진 방법으로 만든 제품에만 붙일 수 있는 유럽연합 인증이라, 치즈를 고를 때 믿을 만한 기준이 되죠. 프랑스에서 이 마크를 받은 유제품은 치즈·버터·크림을 합쳐 51가지나 됩니다(CNAOL). 원산지 이름을 법으로 지켜 온 역사도 길어서, 1925년 Roquefort 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그 보호를 받았죠.
이름이 같아도 AOP 가 붙었는지에 따라 다른 치즈일 수 있습니다. Camembert de Normandie 는 노르망디에서 살균하지 않은 젖으로 만드는 AOP 치즈지만, 그냥 camembert 라고만 적힌 치즈는 어디서 어떤 젖으로 만들었는지 정해져 있지 않죠. 아래 상자를 보면 Camembert de Normandie 라는 이름 옆에 AOP 마크와 au lait cru(살균하지 않은 젖으로 만듦)가 함께 적혀 있습니다.

사진: Coyau, CC BY-SA 3.0
3.2. 잘 숙성된 치즈
치즈를 고를 때는 보통 겉모습이 가장 예쁜 걸 집게 되죠. 그런데 염소 치즈라면 반대로 고르는 게 좋습니다. 하얗고 매끈한 염소 치즈는 아직 덜 숙성되어 맛이 가볍고, 겉에 회색이나 푸르스름한 곰팡이가 핀 쪽이 충분히 숙성되어 맛이 깊고 여운도 길거든요. 조금 못생겨 보여도 겁먹지 마세요.
3.3. 먹는 순서
여러 치즈를 같이 먹을 때는 순한 것부터 강한 것 순서로 드세요. 센 치즈를 먼저 먹으면 그다음에 먹는 순한 치즈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생치즈나 순한 염소 치즈로 시작해서 Comté 같은 숙성 치즈를 거쳐, 냄새가 강한 croûte lavée 나 푸른곰팡이 치즈로 마무리하면 됩니다.
4. 치즈 먹을 때 궁금한 것들
치즈를 사 와서 막상 먹으려고 하면 껍질은 먹어도 되는지, 어떻게 잘라야 하는지 같은 게 궁금해지죠. 자주 나오는 질문 몇 가지를 모아 봤습니다.
4.1. 껍질(croûte)은 먹어도 될까?
대부분은 먹어도 됩니다. Camembert·Brie 의 하얀 껍질은 숙성하면서 일부러 피운 곰팡이고, Munster·Époisses 같은 croûte lavée 치즈의 주황빛 껍질이나 푸른곰팡이 치즈의 껍질도 모두 먹는 부분이에요. 껍질 쪽은 속살보다 맛이 진해서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서도 껍질까지 먹어야 제맛이라는 쪽과 잘라 내는 쪽이 갈리는데, 결국 취향 문제입니다(CNIEL).
먹으면 안 되는 껍질도 있습니다. Gouda·Edam 이나 Babybel 처럼 겉을 왁스(cire)나 파라핀(paraffine)으로 씌운 치즈는 껍질을 벗기고 드세요. Comté·Beaufort 같은 pâte pressée cuite 치즈의 껍질은 먹어도 탈은 없지만 너무 딱딱해서 보통 잘라 냅니다. 잘라 낸 껍질은 버리지 말고 씻어서 냉동실에 모아 두었다가 채소 수프를 끓일 때 넣어 보세요. 국물에 치즈 맛이 깊게 뱁니다.
다만 임신 중이거나 어린아이가 먹을 때는 껍질을 잘라 내는 게 좋습니다.
4.2. 치즈는 어떻게 잘라야 할까?
프랑스 사람들이 꽤 진지하게 따지는 부분입니다. 2017년 레딧(Reddit) 프랑스 게시판에 "우리 엄마가 Camembert 를 자르는 방식"이라는 사진이 올라오자, "이보다 사소한 일로도 사람을 단두대에 보냈다", "국적을 박탈할 일이다"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렸죠(The Local).
모두가 talon 과 cœur 를 고루 먹을 수 있게 자르면 됩니다. 껍질에 가까운 talon 은 맛이 진하고 가운데 cœur 는 부드러워서, 누구는 cœur 만 먹고 누구는 talon 만 먹게 자르면 안 되거든요(CNIEL).
- Camembert 처럼 둥근 치즈: 케이크처럼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똑같이 나눠 자릅니다.
- Brie 처럼 삼각형으로 잘라 파는 치즈(pointe): le nez 만 잘라 가면 안 됩니다. 가장 부드러운 cœur 를 혼자 가져가는 셈이라 프랑스에서는 실례로 여기죠. 옆면을 따라 길쭉하게 잘라서 끝이 계속 뾰족하게 남도록 하세요.
- Sainte-Maure 처럼 길쭉한 원통 치즈(bûche): 동그랗게 썰면 됩니다. 가운데 꽂힌 짚(paille)은 먼저 빼야 조각이 부서지지 않아요.
4.3. 남은 치즈는 어떻게 보관할까?
숙성 치즈는 냉장고에서 덜 차가운 채소 칸에 넣고, 처음 싸 온 종이로 하나씩 다시 싸 두세요. 냄새가 강한 치즈는 통에 넣어도 됩니다. 오래 둘 생각이라면 Comté 같은 단단한 치즈는 진공 포장하거나 호일로 싸서 냉동해도 괜찮아요. Camembert 같은 부드러운 치즈나 푸른곰팡이 치즈도 얼릴 수는 있지만 식감이 변하니, 녹인 뒤 요리에 쓰는 게 낫습니다. 얼린 치즈는 실온 말고 냉장고에서 몇 시간에 걸쳐 녹이세요.
애초에 많이 쟁여 두지 말고 먹을 만큼만 조금씩 사는 게 제일 좋습니다(CNIEL).
이제 프랑스 치즈에 대해 친숙해졌나요? 치즈에는 더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다음에는 치즈 마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지름길 프랑스어 블로그에 대해
지름길 프랑스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프랑스어 공부자료를 목표로 2017년 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프랑스어 문법, 표현, 숙어, 속담, 사는 이야기 등을 주기적으로 포스팅하여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의 작은 프로젝트를 응원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지름길 프랑스어 서버 운영비에 사용되며 더 질 좋은 글 작성에 보탬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