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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셋째 목요일의 햇와인,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

11월 셋째 목요일의 햇와인,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

사진: UNESCO Global Geopark Beaujolais, 가을의 Beaujolais 포도밭(2016), CC BY-SA 4.0

11월 셋째 목요일이 되면 프랑스 곳곳의 비스트로와 와인 가게 앞에 「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é !(보졸레 누보가 왔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립니다. 그해 가을에 딴 포도로 만든 햇와인이 이날부터 팔리기 시작하거든요. 올해는 11월 19일 목요일이 그날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맘때면 보졸레 누보 소식이 들려서 이름은 익숙하실 거예요. 그런데 왜 하필 목요일인지, 보통 와인과 무엇이 다른지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죠. 하지만 별거 없습니다. 몇 가지만 알고 마시면 올해 누보가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보졸레 누보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출시일은 어떻게 정해졌는지, 그리고 마실 때 알아 두면 좋은 것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보졸레 누보는 어떤 와인일까?

보졸레 누보는 Lyon 북쪽의 Beaujolais 지역에서 그해 가을에 딴 gamay 포도로 서둘러 만들어, 11월 셋째 목요일부터 파는 햇와인입니다. 오래 묵히지 않고 바로 내놓는 와인이라 색이 옅고 과일 향이 나는 가벼운 레드가 대부분이고, 1년 안에 마시는 게 좋죠.

1.1. Beaujolais 는 어디일까?

Beaujolais(보졸레)는 프랑스 동쪽 Lyon(리옹)과 Mâcon(마콩) 사이에 남북으로 55 km 남짓 뻗은 포도밭입니다. 동쪽의 Saône(손) 강과 서쪽의 「Monts du Beaujolais」 산자락 사이에 폭 15~20 km 로 펼쳐져 있고, 대부분 Rhône 도에 속하지만 북쪽 끝 일부는 Saône-et-Loire 도에 걸쳐 있어요(INAO 명세서).

Lyon 과 Mâcon 사이 Saône 강 서쪽에 펼쳐진 Beaujolais 포도밭 지도. 북쪽 Saint-Amour 부터 남쪽 Brouilly 까지 크뤼 10곳과 Beaujeu, Villefranche-sur-Saône 을 표시했다

지도 데이터: IGN Admin Express, Natural Earth

Lyon 이 바로 아래에 있다 보니 이곳 와인은 예부터 Lyon 사람들의 식탁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Beaujolais 를 Saône 강과 Rhône 강에 이은 「Lyon 의 세 번째 강(le troisième fleuve de Lyon)」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1.2. nouveau 와 primeur

보졸레 누보는 Beaujolais 뒤에 nouveau(새로운)를 붙인 이름입니다. nouveau 대신 primeur 를 붙이기도 하는데, 병에 Beaujolais primeur 라고 적혀 있어도 같은 와인이에요. primeur 는 원래 제철에 처음 나온 과일이나 채소, 곧 맏물을 가리키는 말이라서 프랑스에서는 과일·채소 가게를 그냥 un primeur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이름은 아무 와인에나 붙일 수 없습니다. INAO 명세서에 따르면 nouveau·primeur 는 AOC Beaujolais 와 Beaujolais-Villages 에만, 그것도 레드와 로제에만 붙일 수 있어요. 그해에 딴 포도로만 만들어야 하고, 그해 12월 31일 전에 병에 담아야 하죠(INAO 명세서). 다만 2025년에 팔린 누보의 97% 가 레드였으니, 보졸레 누보라고 하면 거의 레드라고 보면 됩니다(Lyonmag).

식탁 위에 늘어선 2022년 보졸레 누보 여섯 병. 레드 병들 사이에 분홍빛 로제 누보 한 병과 Beaujolais Villages nouveau 병이 섞여 있다

사진: René Hourdry, 2022년 보졸레 누보(2022), CC BY-SA 4.0

1.3. gamay 와 짧은 발효

Beaujolais 의 레드와 로제는 gamay(가메)라는 포도로 만듭니다. 정식 이름은 gamay noir à jus blanc 인데, 껍질은 검지만 즙은 하얀 포도라는 뜻이에요(Inter Beaujolais).

잎 사이에 매달린 아직 초록빛인 gamay 포도송이

사진: Sebleouf, 7월 초의 gamay 송이(2022), CC BY-SA 4.0

만드는 방법도 조금 다릅니다. 딴 포도를 으깨지 않고 송이째 발효 통에 넣으면, 아래쪽 포도는 무게에 눌려 즙을 내며 발효를 시작하고 그때 나온 이산화탄소가 통 위쪽을 채웁니다. 위쪽의 온전한 포도알은 그 이산화탄소 속에서 알 안쪽부터 발효가 시작되어 과일 향을 품게 되죠. Beaujolais 에서는 이 방식을 macération semi-carbonique 라고 부릅니다.

껍질과 즙을 함께 담가 두는 기간(cuvaison)도 짧습니다. 크뤼가 10~15일, 보통 Beaujolais 가 6~10일이라면 누보는 4~6일이면 끝나요(Inter Beaujolais). 그래서 누보는 색이 옅고 떫은맛(tanin)이 적고, 과일 향이 앞서는 가벼운 와인이 됩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렇게 목으로 술술 넘어가는 와인을 gouleyant 이라고 하죠.

맑은 9월 하늘 아래 포도밭 고랑에 허리를 숙이고 포도를 따는 사람들

사진: Sebleouf, Létra 의 포도 수확(2018), CC BY-SA 4.0

한때 누보는 바나나 맛이 난다며 놀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Paris 와 Lyon 의 와인 바에서 이름난 자연주의(nature) 생산자의 누보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누가 만들었는지 보고 고르는 와인으로 이미지가 바뀌고 있어요(Réussir).

2. 왜 11월 셋째 목요일일까?

2.1. 1951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와인

햇와인을 일찍 마시는 풍습은 오래되어서, 19세기에도 Lyon 과 Paris 의 술집 주인들이 Beaujolais 에 와서 막 짠 와인을 사 갔습니다. 실어 가는 도중에 발효가 끝나는 일도 많았다고 해요.

그러다 1951년 AOC 와인은 12월 15일이 되기 전에 팔 수 없다는 규정이 생기자, Beaujolais 생산자 조합(Union viticole du Beaujolais)이 그 전에 팔게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13일 정부가 공문으로 이를 허락하면서 「보졸레 누보」가 공식적으로 태어났죠(INAO 명세서, 농림식품부).

1935년 Beaujolais 포도밭에서 바구니를 들고 포도를 따는 사람들을 찍은 흑백 사진

사진: Willem van de Poll, Beaujolais 의 포도 따는 사람들(1935), Nationaal Archief, CC0

2.2. 1985년에 정해진 목요일

그 뒤로 출시일은 해마다 조금씩 달랐는데, 1985년에 지금처럼 「11월 셋째 목요일」로 정해졌습니다. 누보는 출시일 38일 전부터 허가받은 창고 사이를 오갈 수 있어서(INAO 명세서), 미리 실어 보낸 세계 곳곳의 가게에도 같은 날 누보가 깔리죠. 앞으로 몇 년의 출시일은 이렇습니다.

  • 2026년: 11월 19일 목요일
  • 2027년: 11월 18일 목요일
  • 2028년: 11월 16일 목요일

2.3. 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é !

출시일이 오면 비스트로 앞에는 이 문구가 걸리고, 포도밭 마을에서는 와이너리가 문을 열어 손님을 맞습니다.

Paris 14구 거리의 식당 앞에 걸린 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é 현수막

사진: Romainbehar, Paris 14구 Rue Dareau 의 식당 앞(2022), CC0

안개 낀 포도밭 마을 길 위에 Les Beaujolais nouveaux sont arrivés 현수막이 걸려 있고, 옆 창고 문에 와이너리 이름과 시음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 Romainbehar, Vaux-en-Beaujolais 의 와이너리 개방일(2021), CC0

가장 떠들썩한 곳은 Beaujolais 의 옛 중심지 Beaujeu(보죄)입니다. 1989년부터 열리는 축제 Sarmentelles 에서는 수요일 밤 횃불 행렬이 마을을 돌고, 목요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그해 첫 누보 통을 땁니다. 올해는 11월 18일 수요일부터 22일 일요일까지 열려요.

누보는 프랑스 밖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2025년에 팔린 누보는 약 1,380만 병인데 그중 490만 병이 100개가 넘는 나라로 수출되었고, 가장 많이 사 간 나라는 일본(180만 병)이었어요(Lyonmag).

3. 보졸레 누보 즐기는 법

3.1. 아껴 두지 말고 바로 마시기

누보는 오래 두고 마시는 와인이 아닙니다. INAO 명세서도 누보를 만든 뒤 6~12개월 안에 마시는 와인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비싼 와인처럼 아껴 두지 말고 출시된 주에 친구들과 한 병 따 보세요.

3.2. Lyon 에서는 pot 으로

Lyon 의 전통 식당 bouchon(부숑)에서는 Beaujolais 를 pot lyonnais 라는 병에 담아 냅니다. 46 cl 들이에 바닥이 두툼한 유리병이라, bouchon 에서 un pot 을 주문하면 이 병 하나가 나와요.

Lyon 식당 식탁 위에 놓인 바닥이 두꺼운 유리병 pot lyonnais 와 빈 와인 잔들

사진: Benoît Prieur, Lyon Croix-Rousse 식당의 pot lyonnais(2021), CC0

3.3. 누보 다음에는 크뤼

누보가 입에 맞았다면 같은 gamay 로 만든 Beaujolais 의 크뤼(cru)도 마셔 보세요. Beaujolais 북쪽에는 마을 이름이 그대로 원산지 명칭이 된 크뤼가 10곳 있습니다. 남쪽부터 Brouilly, Côte de Brouilly, Régnié, Morgon, Chiroubles, Fleurie, Moulin-à-Vent, Chénas, Juliénas, Saint-Amour 순서예요(농림식품부). 크뤼는 누보로 팔 수 없고 더 오래 담가 만들어서, 같은 포도인데도 맛이 한결 깊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포도밭으로 덮인 언덕 꼭대기에 서 있는 작은 예배당 La Madone

사진: René Boncompain, Fleurie 의 La Madone 예배당(2017), CC BY-SA 4.0

3.4. 누보를 마실 때 쓰는 말

출시일 무렵에는 올해 누보가 어떤지 묻는 말이 인사처럼 오갑니다.

Tu as goûté le beaujolais nouveau cette année ?

올해 보졸레 누보 마셔 봤어?

Oui, hier soir. Il est très fruité, ça se boit tout seul !

응, 어제저녁에. 과일 향이 진하고 술술 넘어가더라!

Un pot de beaujolais, s'il vous plaît.

보졸레 한 pot 주세요.

Du nouveau ou un Morgon ?

누보로 드릴까요, 크뤼 Morgon 으로 드릴까요?

  • le vin nouveau / le vin primeur (햇와인): 그해 딴 포도로 만들어 바로 파는 와인
  • les vendanges (포도 수확): 늘 복수형으로 씁니다
  • le cépage (포도 품종): Le gamay est le cépage du Beaujolais.
  • ça se boit tout seul (술술 넘어간다): 마시기 편한 와인을 칭찬할 때 씁니다

올해 11월 19일에는 누보 한 병 따면서 Beaujolais 의 가을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와인 이야기는 앞으로 지역별로 하나씩 이어 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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