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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라는 이름을 낳은 Claude Monet

'프랑스의 미술' 시리즈

  • 인상주의라는 이름을 낳은 Claude Monet

새벽 항구에 주황빛 해가 떠오르고, 안개 속에서 작은 배 한 척이 노를 젓고 있습니다. 1874년 파리의 한 전시회에 걸린 이 그림을 보고 어느 평론가는 신문에 실컷 비웃는 글을 썼는데, 그 비웃음에서 '인상주의'라는 이름이 나왔죠.

Claude Monet, 우리에게는 수련을 그린 화가로 더 익숙하죠. 올해 2026년은 Monet 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되는 해라서 파리 미술관들도 Monet 전시를 열고 있어요. 그림을 잘 몰라도 괜찮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Monet 가 어떤 화가였는지 재밌는 일화와 함께 소개하고, 그림 제목에 담긴 프랑스어도 살펴보겠습니다.

1. Claude Monet 는 어떤 화가일까?

Claude Monet 는 1840년 11월 14일 파리에서 태어나 1926년 12월 5일 Giverny 에서 세상을 떠난 화가로, 본명은 Oscar Claude Monet 입니다. 어릴 때 집에서는 Oscar 라고 불렸죠. 화실에 앉아 그리기보다 캔버스를 들고 밖으로 나가 눈앞의 빛과 공기를 그렸고, 같은 풍경이라도 시간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붙잡으려 했습니다.

Renoir, Sisley, Pissarro 같은 친구들과 함께 인상주의(l'impressionnisme)를 이끌었는데, 1870년대부터 이미 가장 인상주의다운 화가로 꼽혔어요. 삶의 마지막 30년 동안은 Giverny 의 집에 직접 만든 연못에서 수련을 그리며 보냈습니다.

1899년에 찍은 Claude Monet 의 흑백 초상

사진: Nadar, 1899

2. Le Havre 에서 Giverny 까지

Seine 강을 따라 바다 쪽의 Le Havre 에서 Rouen, Giverny 를 거쳐 Paris 까지 표시한 지도

지도 데이터: IGN Admin Express, Natural Earth

Monet 는 다섯 살 무렵 가족을 따라 노르망디의 항구 도시 Le Havre 로 이사해 그곳에서 자랐습니다. 십 대 때는 동네 유명 인사들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과장한 캐리커처를 그렸는데, 솜씨가 좋아서 'O. Monet' 라는 서명을 넣어 액자 가게에서 팔 정도였죠.

머리와 코를 크게 과장해 연필로 그린 두 남자의 캐리커처. 오른쪽 남자는 나비 날개를 달고 있다

그림: Claude Monet 의 십 대 캐리커처. 왼쪽 「Caricature of a Man with a Large Nose」(1855~1856), Art Institute of Chicago 소장, 오른쪽 「Caricature of Jules Didier」(1860년 무렵)

이 가게에서 풍경화가 Eugène Boudin 을 만난 일이 Monet 의 삶을 바꿨습니다. Boudin 은 Monet 에게 밖에 나가 풍경을 직접 보면서 그리는 법을 가르쳤고, Monet 는 1858년 여름 처음으로 풍경화를 그렸어요.

바닷가 나무 데크에 양산을 세워 두고 이젤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Eugène Boudin 의 흑백 사진

사진: 1896년 Deauville-Trouville 에서 그림을 그리는 Eugène Boudin

Si je suis devenu un peintre, c'est à Eugène Boudin que je le dois.

내가 화가가 된 것은 Eugène Boudin 덕분입니다.

— Claude Monet

1859년에는 Boudin 의 권유로 파리에 올라갔습니다. 중간에 군대에 뽑혀 알제리에서 1년 남짓 복무하기도 했지만, 1862년 화가 Charles Gleyre 의 화실에 들어가 Renoir, Sisley, Bazille 를 만났죠.

1866년에는 연인 Camille Doncieux 를 그린 「La Femme à la robe verte」(초록 드레스를 입은 여인)가 살롱(Salon)에서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살롱은 나라가 여는 공식 미술 전시회로, 여기에 그림이 걸려야 화가로 인정받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그 뒤로는 낙선이 이어졌고, Monet 는 오랫동안 빚에 시달리며 친구들의 도움으로 버텼습니다.

초록과 검은 줄무늬 드레스를 입은 Camille 가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는 Claude Monet 의 그림

그림: Claude Monet, 「Camille」(La Femme à la robe verte, 1866), Kunsthalle Bremen 소장

Camille 와는 1870년에 결혼해 아들 Jean 과 Michel 을 두었지만, Camille 는 1879년 서른두 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뒤 Monet 는 후원자였던 Ernest Hoschedé 의 아내 Alice 와 그 아이들과 함께 살았고, 1883년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 Giverny 에 자리를 잡았어요. 처음에는 세 들어 살다가 1890년에 집을 샀고, 2년 뒤 Alice 와 결혼했죠. 1893년에는 집 건너편 땅을 사서 연못을 팠는데, 수련 그림 속 연못이 바로 이곳입니다. Monet 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43년을 이 집에서 살았고, 지금도 마을 교회 묘지에 잠들어 있습니다.

초록 덧창이 달린 분홍빛 긴 집 앞에 붉은 꽃이 가득 핀 Giverny 의 Monet 집

사진: Jean-Pierre Dalbéra, Giverny 의 Monet 집(2019), CC BY 2.0

3. Monet 에 얽힌 일화

3.1. 그림을 그리려고 땅을 판 화가

1866년 Monet 는 파리 근교에 빌린 집 정원에서 「Femmes au jardin」(정원의 여인들)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높이가 2.5m 를 넘는 큰 그림이었지만 Monet 는 이 그림을 밖에서, 같은 자리에서 본 모습 그대로 그리고 싶었죠. 그래서 정원에 도랑을 파고 도르래로 캔버스를 그 안에 내렸습니다. 이렇게 하면 자리를 옮기지 않고도 그림 윗부분까지 붓이 닿았거든요. 여인들의 모델은 대부분 Camille 가 했다고 합니다.

햇살이 비치는 정원에서 흰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꽃을 따고 있는 Claude Monet 의 그림

그림: Claude Monet, 「Femmes au jardin」(1866), Musée d'Orsay 소장

하지만 이 그림은 1867년 살롱에서 떨어졌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그림에 이야기가 없고 붓 자국이 그대로 보여 덜 그린 그림 같다고 했죠. 돈에 쪼들린 Monet 를 도우려고 친구 Bazille 가 이 그림을 2,500프랑에 사 주었는데, Bazille 도 그 돈을 한 번에 낼 형편이 안 돼서 다달이 나눠 냈다고 해요. 지금 이 그림은 파리 Musée d'Orsay 에 걸려 있습니다.

3.2. 도둑맞았던 「인상, 해돋이」

1985년 10월, 총을 든 강도들이 파리 Musée Marmottan 에 들이닥쳐 「Impression, soleil levant」을 비롯한 Monet 와 Renoir 의 그림 여러 점을 훔쳐 갔습니다. 그림은 5년 뒤인 1990년 12월 코르시카섬의 Porto-Vecchio 에서 되찾았고, 이듬해부터 다시 관람객을 만났죠.

파리 16구 공원 옆에 선 옅은 베이지색 석조 저택, Musée Marmottan Monet

사진: Chabe01, Musée Marmottan Monet(2026), CC BY-SA 4.0

도난 당일인 1985년 10월 28일 프랑스 TV 뉴스는 INA 가 공개한 영상으로 볼 수 있어요. 아홉 점의 걸작이 사라진 미술관과 경찰의 대응을 전합니다.

3.3. 백내장과 달라진 색

1912년 Monet 는 두 눈에 백내장 진단을 받았습니다. 눈이 점점 흐려져 색을 알아보기 힘들어졌는데도, 가족과 친구들이 수술을 권할 때마다 한사코 거절했죠. 결국 1923년 1월, 여든두 살의 Monet 는 오른쪽 눈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뒤에는 앞이 더 잘 보였지만 색은 예전과 다르게 보였고, 왼쪽 눈 수술은 끝내 받지 않았어요. 그런 눈으로도 Monet 는 마지막까지 수련 대작을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이 무렵 그린 일본식 다리 그림을 4.5 의 1899년 다리 그림과 나란히 보면, 초록빛이던 연못이 붉은색과 갈색 붓질로 뒤덮여 있어요.

붉은색과 주황색 붓질이 엉킨 사이로 일본식 다리의 둥근 윤곽만 겨우 보이는 Claude Monet 의 그림

그림: Claude Monet, 「Le Pont japonais」(1918~1924), Musée Marmottan Monet 소장

이 시기 그림을 두고는 해석이 갈립니다. 안과 의사 Michael Marmor 는 백내장 때문에 색이 달라 보여서 생긴 변화라고 보고, 미술관 큐레이터들은 70대의 Monet 가 일부러 화풍을 바꾼 것이라며 훗날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앞선 그림으로 꼽죠.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3.4. 검은 천을 걷어 낸 Clemenceau

Monet 의 장례는 1926년 12월 8일 Giverny 에서 조촐하게 치러졌습니다. 공식 인사라고는 오랜 친구였던 전 총리 Georges Clemenceau 한 사람뿐이었죠. 관 위에 덮인 검은 천을 본 Clemenceau 는 천을 걷어 내며 이렇게 외쳤다고 전해집니다.

Non ! Pas de noir pour Monet !

안 돼! Monet 에게 검은색은 안 돼!

Le noir n'est pas une couleur !

검은색은 색이 아니야!

— Georges Clemenceau, Monet 의 장례식에서(1926)

Clemenceau 는 검은 천 대신 물망초와 수국 빛깔이 든 오래된 천을 관에 덮었다고 해요. 평생 빛과 색을 그린 친구를 검은색으로 보낼 수는 없었던 거예요.

Giverny 정원에 나란히 선 Georges Clemenceau 와 Claude Monet 의 흑백 사진

사진: 1921년 6월 Giverny 정원의 Georges Clemenceau(왼쪽)와 Claude Monet

4. Monet 의 대표작

Monet 의 대표작을 그린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제목은 그림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적은 말이 많아서 제목 뜻도 함께 풀어 둘게요.

4.1. Impression, soleil levant (1872)

1872년 Monet 는 고향 Le Havre 의 호텔 방 창문으로 내다본 아침 항구를 그렸습니다. 2014년 Musée Marmottan Monet 의 전시를 준비하며 지형, 날씨 기록, 해의 위치를 맞춰 본 조사에서는 이 장면이 1872년 11월 13일 아침 7시 35분쯤이라는 결론이 나왔죠. 재밌게도 이 그림은 오랫동안 해 지는 풍경으로 알려져서, 한때 「Impression, soleil couchant」(인상, 해넘이)이라는 이름으로 미술관 목록에 올라 있었습니다. 지금의 제목으로 자리 잡은 건 1965년이었어요.

푸르스름한 안개 낀 Le Havre 항구 위로 주황빛 해가 떠오르고, 앞쪽에서 작은 배가 노를 젓는 Claude Monet 의 그림

그림: Claude Monet, 「Impression, soleil levant」(1872), Musée Marmottan Monet 소장

1874년 4월 15일, Monet 와 친구들은 살롱과 상관없이 자기들끼리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사진가 Nadar 의 옛 작업실에서 한 달 동안 150점이 넘는 작품을 건 이 전시회가 훗날 제1회 인상주의 전시회로 불리죠. 카탈로그에 실을 제목을 묻자 Monet 는 이렇게 답했다고 회고했습니다.

On me demande le titre pour le catalogue, ça ne pouvait vraiment pas passer pour une vue du Havre ;

카탈로그에 실을 제목을 묻는데, 아무리 봐도 Le Havre 풍경이라고 할 수는 없었어요.

je répondis : « Mettez Impression. »

그래서 이렇게 답했죠. "Impression(인상)이라고 적어 두세요."

— Claude Monet(1897)

열흘 뒤인 4월 25일, 풍자 신문 「Le Charivari」의 평론가 Louis Leroy 는 이 제목을 비꼬아 기사 제목을 「L'Exposition des impressionnistes」(인상주의자들의 전시회)라고 달았습니다.

Je me disais aussi, puisque je suis impressionné,

어쩐지 그렇더라니, 내가 이렇게 감명을 받았으니

il doit y avoir de l'impression là-dedans…

저 안에 인상이 들어 있는 게 틀림없지…

— Louis Leroy, 「Le Charivari」(1874년 4월 25일)

Leroy 는 impressionné(감명받은)와 그림 제목의 impression 을 엮어 말장난을 한 거예요. 놀림으로 붙은 impressionniste(인상주의자)라는 이름을 Monet 와 친구들은 오히려 받아들여서, 1877년 세 번째 전시회부터는 스스로 이 이름을 썼습니다.

제목의 soleil levant 은 '떠오르는 해'입니다. 프랑스어에서는 일본을 '해가 뜨는 나라'라는 뜻의 별칭 le pays du Soleil-Levant 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림 속 해는 Le Havre 항구의 해라서 일본과는 상관이 없지만, Monet 가 일본 판화를 즐겨 모아 Giverny 집 식당 벽을 일본 판화로 채웠다는 걸 생각하면 재밌는 우연이죠.

이 그림에는 눈여겨볼 해석이 두 가지 있습니다. 미술사학자 Paul Hayes Tucker 는 이 그림을 1870~1871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진 프랑스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으로 읽었어요. 무거운 배상금을 다 갚고 활기를 되찾은 항구에 새날이 밝아 오는 장면이라는 거죠. 하버드 대학의 신경생물학자 Margaret Livingstone 은 그림 속 해가 둘레의 하늘과 밝기가 똑같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흑백으로 바꾸면 해가 사라져 버릴 정도인데, 밝기로 위치를 잡는 우리 눈은 이런 해의 자리를 또렷하게 잡지 못해서 해가 일렁이듯 반짝여 보인다고 설명하죠.

4.2. Essai de figure en plein air (1886)

양산을 든 여인이 언덕 위에서 바람을 맞고 있는 그림으로, 모델은 Alice 의 딸 Suzanne Hoschedé 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해에 오른쪽을 보는 그림도 그려서 두 점이 짝을 이루는데, 둘 다 Musée d'Orsay 에 있죠.

흰 옷을 입은 여인이 양산을 들고 언덕 위에서 왼쪽을 향해 서 있는 Claude Monet 의 그림

그림: Claude Monet, 「Essai de figure en plein air : Femme à l'ombrelle tournée vers la gauche」(1886), Musée d'Orsay 소장

제목은 '야외 인물 습작'이라는 뜻이고, 부제의 ombrelle 는 햇빛을 가리는 양산이에요.

Monet 는 11년 전인 1875년에도 양산을 든 Camille 와 아들 Jean 을 그린 적이 있습니다.

양산을 든 Camille 가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고, 그 아래 풀밭에 어린 Jean 이 서 있는 Claude Monet 의 그림

그림: Claude Monet, 「La Promenade, la femme à l'ombrelle」(1875), 워싱턴 National Gallery of Art 소장

두 그림을 나란히 보면, 1875년 그림은 Camille 의 얼굴과 뒤쪽 풀밭의 Jean 까지 보이는 가족의 한 장면인데, 1886년 그림은 혼자 선 여인의 얼굴을 거의 그리지 않아서 사람보다 바람에 날리는 옷자락과 햇빛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시점과 해를 등진 빛은 두 그림이 똑같아서, 1879년에 세상을 떠난 Camille 를 떠올리며 같은 자세를 Suzanne 에게 다시 그리게 했다는 해석이 많아요. 다만 Monet 가 직접 그렇게 말한 기록은 없어서, 어디까지나 해석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4.3. Meules (1890~1891)

1890년 가을, Monet 는 집 근처 밭에 쌓아 둔 밀짚 더미를 되풀이해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건초더미」라고 부르는 그림이죠. 아침, 한낮, 해 질 녘, 눈 온 날처럼 빛이 다를 때마다 새 캔버스를 꺼내 스무 점 넘게 그렸고, 1891년 5월 화상 Durand-Ruel 의 화랑에서 그중 15점을 한꺼번에 걸었습니다. 같은 대상을 빛과 계절을 바꿔 가며 그린 연작(série)은 이때부터 Monet 그림의 중심이 됩니다.

늦여름 들판에 커다란 밀짚 더미 두 개가 햇빛을 받아 긴 그림자를 드리운 Claude Monet 의 그림

그림: Claude Monet, 「Meules, fin de l'été」(1891)

2019년 5월 뉴욕 Sotheby's 경매에서는 이 연작 가운데 한 점이 1억 1,070만 달러에 팔려 당시 Monet 그림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인상주의 그림이 1억 달러를 넘긴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죠.

meule 는 짚이나 곡식 단을 둥글게 쌓아 올린 더미이고, 그림 제목의 fin de l'été 는 '늦여름'이에요. 이 연작은 오랫동안 빛과 날씨를 연구한 그림으로만 여겨졌지만, 요즘은 밀짚 더미 자체의 뜻에 주목하는 해석도 많습니다. 밀짚 더미는 그해 농사가 잘됐다는 표시라서, 땅의 풍요와 넉넉한 프랑스 농촌을 그린 그림으로 읽는 거죠(보스턴 미술관 해설).

4.4. La Cathédrale de Rouen (1892~1894)

1892년부터 2년 동안 Monet 는 Rouen 대성당을 30점 그렸습니다. 성당 맞은편 건물들을 빌려 창가에서 그렸는데, 그중 한 곳은 란제리 가게의 탈의실이었다고 해요. 아침 안개 속에서, 한낮의 햇빛 아래에서, 흐린 날에 같은 돌 건물의 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그렸죠. 1895년 5월 Durand-Ruel 의 화랑에 그중 20점이 걸렸을 때, Clemenceau 는 5월 20일 자기 신문 「La Justice」에 「Révolution de cathédrales(성당들의 혁명)」라는 글을 써서, 해가 비추는 한 이 성당은 사람이 시간을 나누는 만큼 많은 모습을 갖게 된다고 했습니다. 성당이라는 건물보다 그 위로 흘러가는 시간을 그렸다는 해석이죠.

한낮의 햇빛을 받아 파란색과 금색으로 빛나는 Rouen 대성당 정면을 그린 Claude Monet 의 그림

그림: Claude Monet, 「La Cathédrale de Rouen. Le portail et la tour Saint-Romain, plein soleil ; harmonie bleue et or」(1893), Musée d'Orsay 소장

긴 제목은 '성당 정문과 Saint-Romain 탑, 한낮의 햇빛, 파랑과 금빛의 조화'라는 뜻입니다. 한편 Jeanne d'Arc 가 화형당한 도시의 중세 성당을 고른 데에는 프랑스의 전통을 기리려는 애국적인 뜻도 있었다고 보는 해석이 있어요(웨일스 국립박물관 해설).

4.5. Les Nymphéas (1895~1926)

Monet 는 삶의 마지막 30여 년 동안 Giverny 연못의 수련을 그린 그림을 250점 안팎 남겼습니다. 처음에는 연못에 놓은 일본식 다리와 수련을 함께 그렸지만, 갈수록 땅도 하늘도 없이 물 위의 수련과 물에 비친 구름만 화면을 가득 채우게 되죠.

연못 위로 둥근 일본식 다리가 걸리고 물 위에 수련이 가득 떠 있는 초록빛 Claude Monet 의 그림

그림: Claude Monet, 「Le Bassin aux nymphéas」(1899)

1918년 11월 12일, 1차 대전 휴전 다음 날 Monet 는 Clemenceau 에게 편지를 보내 수련 대작을 나라에 바치겠다고 했습니다. 이 그림들은 Monet 가 세상을 떠나고 몇 달 뒤인 1927년 5월 17일 파리 Tuileries 정원의 Musée de l'Orangerie 에 걸렸어요. 타원형 방 두 개의 벽을 높이 2m 의 그림 여덟 점이 빙 둘러싸고 있어서, 방 한가운데 서면 연못 한복판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화가 André Masson 은 1952년 이 방을 '인상주의의 시스티나 성당(la Sixtine de l'impressionnisme)'이라고 불렀죠.

흰 타원형 방의 벽을 따라 Monet 의 수련 대작이 빙 둘러 걸려 있는 Musée de l'Orangerie 의 전시실

사진: Brady Brenot, Musée de l'Orangerie 의 수련 방, CC BY-SA 4.0

Monet 는 이미 1909년에 수련 그림으로 둘러싼 방을 꿈꾸며, 그 방이 「꽃 핀 수족관 한가운데서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피난처(l'asile d'une méditation paisible au centre d'un aquarium fleuri)」가 되기를 바랐다고 해요. Orangerie 미술관은 Monet 가 전쟁이 끝난 다음 날 이 그림을 나라에 바친 것을 평화의 상징으로 소개합니다.

노을빛이 번진 물 위에 수련이 떠 있는 가로로 긴 Claude Monet 의 그림

그림: Claude Monet, 「Les Nymphéas : Soleil couchant」(1914~1926), Musée de l'Orangerie 소장

nymphéa 는 수련이라는 뜻이고, 위 그림의 부제 soleil couchant 은 4.1 의 soleil levant 과 짝을 이루는 '지는 해'입니다.

5. Monet 의 그림을 볼 수 있는 곳

  • Musée Marmottan Monet(파리 16구): 「Impression, soleil levant」이 있는 곳입니다. 미술관 스스로 세계에서 Monet 작품을 가장 많이 가진 곳(premier fonds mondial)이라고 소개하는데, 수련 그림도 여러 점 볼 수 있어요.
  • Musée d'Orsay(파리 7구): 「Femmes au jardin」, 양산을 든 여인 두 점, Rouen 대성당 연작 여러 점을 볼 수 있습니다.
  • Musée de l'Orangerie(파리 1구, Tuileries 정원): 수련 대작이 걸린 타원형 방 두 개가 있습니다. 서거 100주년을 맞아 2026년 9월 30일부터 2027년 1월 25일까지 Musée d'Orsay 와 Musée Marmottan Monet 등에서 빌려 온 Monet 그림 40점 가까이를 모은 전시 「Monet, peindre le temps」(시간을 그리다)도 열려요.
  • Maison et Jardins Claude Monet(Giverny): Monet 가 43년을 산 집과 정원, 수련 연못이 그대로 있습니다. 2026년에는 4월 1일부터 11월 1일까지 매일 10시에서 18시까지 문을 엽니다.

평론가가 놀리려고 붙인 '인상주의'라는 이름은 15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미술 교과서마다 실리는 이름이 됐습니다. 파리에 가면 Marmottan 에서 해 뜨는 Le Havre 항구를, Orangerie 에서 Giverny 의 연못을 직접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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