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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프랑스의 만성절(la Toussaint)

10월 말, 프랑스의 꽃집과 시장 앞에 노랗고 빨갛고 하얀 국화 화분이 줄지어 늘어서기 시작합니다. 한국 사람 눈에는 가을 국화 축제처럼 보이는데요, 사실 이 화분들이 가는 곳은 대부분 묘지(cimetière)예요. 11월 1일 만성절(la Toussaint)을 맞아 가족 묘를 찾아가 꽃으로 꾸미는 풍습이 있기 때문이죠.

한국으로 치면 추석 성묘와 비슷한 날이라 생각하면 쉽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만성절이 어떤 날인지, 왜 하필 국화인지, 그리고 이 무렵 프랑스에 사는 사람이라면 챙겨 둘 방학과 공휴일 이야기까지 살펴보겠습니다.

1. 모든 성인의 날, la Toussaint

Toussaint(뚜쌩)은 '모든'을 뜻하는 tous 와 '성인'을 뜻하는 saints 를 붙인 말로, 이름 그대로 모든 성인을 기리는 가톨릭 축일입니다. 한국 가톨릭에서는 「모든 성인 대축일」이라고 부르고, 흔히 만성절이라고도 하죠. 교회가 공식적으로 성인으로 정한 사람뿐 아니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성인까지 모두 기리는 날이에요(Église catholique en France).

시작은 4세기 시리아 교회였습니다. 순교자가 너무 많아져 한 사람씩 기릴 수 없게 되자 모든 순교자를 한꺼번에 기리는 날을 따로 만들었는데요, 3세기쯤 뒤에는 교황 Boniface IV(보니파시오 4세)가 모든 신을 모시던 로마의 신전 Panthéon(판테온)을 모든 성인에게 바치는 성당으로 바꿨습니다. 신들의 신전이 성인들의 성당이 된 거죠. 그 뒤로 이 축일이 서방 교회에 퍼졌지만 지역마다 날짜가 제각각이었고, 835년에 지금의 11월 1일로 정해졌습니다(Église catholique en France).

프랑스 달력에는 날마다 그날의 성인 이름이 적혀 있어서, 자기 이름과 같은 성인의 날이 오면 주변 사람들에게 Bonne fête ! 라는 축하 인사를 받곤 합니다. 그런데 만성절은 모든 성인의 날이니 이날만큼은 누구에게나 Bonne fête 라고 해도 틀리지 않아요. 프랑스 가톨릭 교회도 이날 가족끼리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누고 각자 이름을 딴 성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라고 권하죠(Église catholique en France).

만성절 전날 밤인 10월 31일은 핼러윈인데, 이름부터 한 가족입니다. Halloween 은 영어 All Hallows' Eve, 그러니까 '모든 성인의 날 전야'에서 나온 말이거든요. 켈트족의 축제에서 시작해 아일랜드 이민자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크게 유행했고, 프랑스 가톨릭 교회는 핼러윈이 프랑스까지 건너온 것은 주로 상업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Église catholique en France).

2. 묘지를 찾는 날

사실 세상을 떠난 가족을 기리는 날은 따로 있습니다. 만성절 다음 날인 11월 2일 위령의 날(le jour de prière pour les défunts)인데, 흔히 la fête des morts 또는 le jour des morts 라고 부릅니다. 1일에는 기쁜 마음으로 성인들을 축하하고, 2일에는 먼저 떠난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거죠. 교회는 이 무렵 많은 사람이 묘지를 찾아 가족의 무덤을 꽃으로 꾸민다(fleurir la tombe)고 설명합니다(Église catholique en France).

그런데 공휴일은 1일이고 2일은 공휴일이 아니라서, 묘지를 찾는 발걸음은 쉬는 날인 만성절 무렵에 몰립니다. 파리시도 만성절 주간에는 시가 관리하는 묘지 20곳에서 방문객을 맞을 준비를 따로 하죠(Ville de Paris). 그중 하나인 Père-Lachaise(뻬흐 라셰즈) 묘지에는 Édith Piaf 도 잠들어 있습니다.

3. 무덤 위의 국화(chrysanthème)

노랗고 붉은 국화 화분

만성절에 묘지를 꾸미는 꽃은 단연 국화입니다. 2023년 만성절에 프랑스에서 꽃이나 화분을 산 가구가 400만 곳 가까이 되고, 이때 팔린 식물의 60%가 국화였어요. 국화를 프랑스어로 chrysanthème(크리장뗌)이라고 하는데, 그리스어로 금을 뜻하는 chrusos 와 꽃을 뜻하는 anthemis 를 합친 말이라 원래 뜻은 '황금 꽃'이죠(Ville de Paris).

국화가 묘지의 꽃이 된 건 생각보다 최근인 1919년의 일입니다. 1차 대전 휴전 1주년이던 1919년 11월 11일, 대통령 Raymond Poincaré(헤몽 뿌앙까헤)가 프랑스의 모든 전사자 기념비(monument aux morts)를 꽃으로 꾸미라고 했는데, 마침 그때 한창 피어 있던 꽃이 국화였거든요. 그 뒤로 국화로 무덤을 꾸미는 일이 점점 퍼져 11월 2일 위령의 날과 이어졌습니다. 그 전에도 국화가 프랑스에 없었던 건 아니에요. 2천 년 전부터 중국에서 키우던 국화를 1789년 선장 Pierre Blancard(삐에흐 블랑꺄흐)가 처음 프랑스로 들여왔고, 일본에서는 영원을 뜻하는 꽃이라 결혼식에 꽃잎을 뿌리기도 한다니 같은 꽃이 나라마다 참 다른 대접을 받죠(Ville de Paris).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국화를 선물로 주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Gard 꽃집 조합 회장 Frédéric Libourel(프헤데히끄 리부헬)도 국화가 아주 예쁘고 색도 다양한 꽃인데 아직 묘지와 너무 깊이 엮여 있다며, 언젠가는 다른 꽃처럼 선물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예요(Objectif Gard). 한국에서도 장례식장에 흰 국화를 올리니 그 느낌은 금방 와닿으실 거예요. 프랑스 친구 집들이에 국화 화분을 들고 가면 분위기가 장례식장이 될 수 있으니 다른 꽃을 고르세요.

4. 만성절 방학과 공휴일

프랑스 학교는 만성절을 끼고 2주 동안 방학을 하는데, 이를 les vacances de la Toussaint 라고 합니다. 날짜는 해마다 교육부가 정하고, 2026년에는 본토 A·B·C 세 구역이 모두 10월 17일(토) 수업을 마치고 11월 2일(월)에 다시 학교에 갑니다(education.gouv.fr).

11월 1일은 법으로 정한 공휴일(fête légale) 11일 가운데 하루입니다(Alsace-Moselle 와 해외 영토는 공휴일이 더 있어요). 다만 2026년 11월 1일은 일요일인데, 프랑스에는 대체 공휴일이 없어서 공휴일이 일요일처럼 원래 쉬는 날과 겹쳐도 하루를 더 쉬지 않아요(단체협약에 더 좋은 조건이 있으면 예외). 또 공휴일이라고 모두가 쉬는 것도 아닌데, 법으로 반드시 쉬게 한 공휴일은 5월 1일 하나뿐이고 나머지 공휴일에 쉬는지는 단체협약이나 회사가 정합니다(service-public).

Tu fais quoi pour la Toussaint ?

만성절에 뭐 해?

On va fleurir la tombe de mes grands-parents, comme chaque année.

해마다 그렇듯이 조부모님 산소에 꽃 놓으러 가.

알아두면 좋은 단어

  • la Toussaint : 만성절, 모든 성인 대축일(11월 1일)
  • le jour des morts / la fête des morts : 위령의 날(11월 2일)
  • un cimetière : 묘지
  • une tombe : 무덤. 무덤을 꽃으로 꾸미는 것은 fleurir une tombe 라고 합니다
  • un chrysanthème : 국화
  • un jour férié : 공휴일
  • les vacances de la Toussaint : 만성절 방학
  • Bonne fête ! : 축일 축하해요! 자기 이름과 같은 성인의 날에 듣는 인사입니다

만성절은 성인들을 축하하는 날이자 먼저 떠난 가족을 떠올리는 날입니다. 10월 말 꽃집 앞에 국화 화분이 줄지어 서기 시작하면, 이제 그 꽃들이 어디로 가는지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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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 프랑스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프랑스어 공부자료를 목표로 2017년 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프랑스어 문법, 표현, 숙어, 속담, 사는 이야기 등을 주기적으로 포스팅하여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의 작은 프로젝트를 응원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지름길 프랑스어 서버 운영비에 사용되며 더 질 좋은 글 작성에 보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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